한 명이 바꿔낸 역사… 사람이 품고가야 하는 가치는 뭘까

간송 전형필이 시대를 넘어 간직해 온 유물의 울림… 부채 다룬 <선우풍월>전, 5월 25일까지 간송 전형필(1906~1962)을 혹시 아시는지.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시대임에도 조선에서 손꼽히는 부호 안에 들 정도로 부유했다. 사재를 처분해 대한민국의 문화재를 수집, 보존, 연구하는데 몰두하였고, 과거 동성학원(현 동성 중/고등학교)을 설립하기도 했다.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국보 70호-유네스코 기록유산(해례-설명과 예시 : 훈민정음 창제의 이유와 발성방법, 한문과의 차이 등)을 거액을 주고 입수하여, 현재까지 보존하는데(간송미술관 상시전시) 일조하였다.

일제 시기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들을 되찾아 왔으며, 일제 강점시대와 해방 전후 시대의 혼란기에서 한국 문화재를 본인의 목숨조차 사리지 않고 보존 관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영국인 변호사(존 개츠비)로부터 국보급 고려청자와 조선청자와 백자를 흥정 끝에 되사 오기도 했던 간송 전송필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나는 역사의 의미를 떠올리고 생각할 때마다 한국의 유물을 보관한 장소나 의미 있는 공간을 찾곤 한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지난 주말, 간송 전형필이 온 생애를 다해 지키고 가꾼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에 직장 후배와 함께 다녀왔다.

조선 거장들이 부채에 담아낸 예술적 기록, <선우풍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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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70호) 한글 창제의 이유와 한글의 소리와 발음, 한자와 틀린 차이에 대해 설명한 해례본은 국내에 단 2권이 있다. 간송이 지켜온 1권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1권. 둘다 국보 70호로 등록되어 있다. |
| ⓒ 노태헌 |

현재 간송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선우풍월(扇友風月): 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은 단순한 서화 전시가 아닌, 추사 김정희와 단원 김홍도, 조희룡 등 조선의 거장들이 부채에 담아낸 시와 한 시대의 정신을 응축한 예술적 기록의 총체다. 이 작품 하나하나에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文化報國) 정신이 스며들어 있음은 당연하다.

간송미술관이 자리한 서울 성북동은 서울 도심 속에서도 고요함과 품위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동네다. 성북동은 윤동주가 시를 쓰며 거닐었던 동네로도 유명하고, 간송미술관 옆에는 한용운의 심우장(진리를 찾는 장소-한옥)도 가까이에 있다.

보화각은 역사의 전통을 간직한 한옥과 양옥의 조화로운 양식이 정취를 뿜으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밖 야외에는 아름다운 조경, 고목 사이의 햇빛이 내려쬐는 정원, 그리고 소박 하면서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는 부처상과 돌로 만들어진 연꽃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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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 밖 전경 얼굴 없는 부처상이 사람들을 마주한다. 나는 과하지 않은 이런 조각에 영묘함을 느낀다. 저 돌길에 손을 잠시 가져다 데어 본다. 시대에서 시대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연결되는 따뜻한 온기 같은것이 차가운 돌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 본다. 그 온기를 품고 가는 지혜는 어디에 있을까. |
| ⓒ 노태헌 |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예술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 공간. 보화각(간송미술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 공간이자, 간송의 정신이 깃든 역사의 무대다.

전형필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의 그늘 아래에서 수많은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며 지켰다. 훈민정음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 수많은 서화등 그가 지킨 것은 단지 유물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존엄이기도 하다. 간송이 그의 온생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현대 철학에서 말하는 ‘의로운 인간’을 찾아가는 본질과 맞닿아 있다.

수집품 통해 엿보는 선비의 정신세계

정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를 ‘공정한 협의’로 정의하기도 했고, 에마뉘엘 레비나스와 한나 아렌트는 ‘타인을 향한 윤리’로서 ‘정의를 위한 정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 체제의 부역자 아이히만을 보며 “악은 생각하지 않는 데서 온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독일 점령하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숨긴 농부들, 죽음을 무릅쓰고 문화재를 지켜낸 프랑스 미술관의 큐레이터, 그리고 예술품을 되찾기 위해 총 대신 도면을 들고 전선에 나섰던 미국의 “모뉴먼츠 맨(나치 독일로부터 유럽의 예술작품과 문화재를 보호하고 되찾기 위해 결성된 연합군의 특별조직)”등 이들을 ‘정의로운 사람들’로 명명했다.

간송은 삶의 시절 내내 정의로웠고 대한민국의 유물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진실과 문화에 대한 계승을 보화각에 안치한 것으로 보인다.

 

전형필이 간직하고 보관해 온 서화 한 장 한 장, 도자기 한점 한 점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파편이 깃들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자식을 남기지 않았던 간송은 사랑을 예술로 승화시키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의 수집품은 단순히 수집하는 물건이 아닌, 지나간 시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침묵 속에 빛나고 있는 정의와 같은 결이 함께 깃든 예술품으로서 더 가치가 있다. 그는 일제에 부역하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으며, 침묵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조선의 부채에 시와 그림을 남긴 선조들처럼 자신의 손으로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민족의 정신을 지켜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다.

<선우풍월> 전시는 간송이 소장한 서화 133점 가운데 55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23점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단순한 서화가 아니라, 부채라는 기능적 물건 위에 담긴 시, 그림, 서체가 어우러져 조선 후기 선비의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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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 조상들의 기호를 엿볼 수도 있다. 조심스러운 눈길로 오랫동안 응시해본다. |
| ⓒ 노태헌 |

따라서 전신품들은 예술과 실용, 미감과 철학이 교차하고 있고, 이를 아는 이들에게도 이를 처음 보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꽃을 간직하는 집’이라는 뜻의 보화각에는 지금은 전시를 하고 있진 않지만 국보 12점, 보물 10점, 정선, 김홍도, 신윤복, 김정희 등의 우리 민족의 기라성 같은 선인들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미를 지킨 문화 국부 國父 간송. 하늘 어딘가에서 웃음 지을 그를 생각한다.

STT Từ Vựng Tiếng Hàn Nghĩa Tiếng Việt Câu ví dụ
1 사재 (私財) Tài sản cá nhân 간송은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 힘썼다. (Gansong đã dùng tài sản cá nhân để thu thập và bảo tồn di sản văn hóa.)
2 처분 (處分) Xử lý, bán đi 그는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했다. (Ông ấy đã bán bất động sản để mua tác phẩm nghệ thuật.)
3 입수 (入手) Thu vào tay, có được 어렵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입수하여 보존할 수 있었다. (Chúng tôi đã khó khăn có được Huminjeongeum Haeryebon và có thể bảo tồn nó.)
4 유출 (流出) Sự chảy ra, sự thất thoát (ở đây là di sản văn hóa bị mang ra nước ngoài) 일제 강점기에 많은 문화재가 일본으로 유출되었다. (Trong thời kỳ Nhật Bản chiếm đóng, nhiều di sản văn hóa đã bị thất thoát sang Nhật Bản.)
5 사리지 않다 Không tiếc, không coi trọng 그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목숨조차 사리지 않았다. (Ông ấy thậm chí không tiếc mạng sống để bảo vệ di sản văn hóa.)
6 흥정 ( 흥정) Sự mặc cả, thương lượng 오랜 시간 흥정 끝에 고려청자를 되찾을 수 있었다. (Sau một thời gian dài mặc cả, chúng tôi đã có thể lấy lại đồ gốm sứ thời Goryeo.)
7 흐드러지게 Rực rỡ, xum xuê (hoa nở) 미술관 정원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Hoa mai nở rộ trong vườn của bảo tàng.)
8 온 생애 (온 生涯) Cả cuộc đời 간송은 온 생애를 다해 우리 문화재를 지켰다. (Gansong đã dành cả cuộc đời để bảo vệ di sản văn hóa của chúng ta.)
9 문화보국 (文化報國) Báo quốc bằng văn hóa (cống hiến cho đất nước thông qua văn hóa) 그의 문화보국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Tinh thần báo quốc bằng văn hóa của ông ấy vẫn tiếp tục cho đến ngày nay.)
10 고요함 (고요함) Sự yên tĩnh, tĩnh lặng 성북동은 서울 도심 속에서도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다. (Seongbuk-dong là một khu phố vẫn giữ được sự yên tĩnh giữa trung tâm Seoul.)
11 무상함 (無常함) Sự vô thường, tính chất phù du 돌 조각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Tôi có thể cảm nhận được sự vô thường của thời gian từ những tác phẩm điêu khắc đá.)
12 존엄 (尊嚴) Sự tôn nghiêm, phẩm giá 문화재를 지키는 것은 민족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다. (Bảo vệ di sản văn hóa là bảo vệ phẩm giá của dân tộc.)
13 기리다 Tưởng nhớ, ca ngợi 우리는 그의 업적을 길이 기릴 것이다. (Chúng ta sẽ mãi tưởng nhớ những thành tựu của ông ấy.)
14 파편 (破片) Mảnh vỡ 그의 수집품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의 파편들이 깃들어 있다. (Trong bộ sưu tập của ông ấy chứa đựng những mảnh vỡ của tình yêu đối với đất nước.)
15 기리성 같다 Nhiều vô kể, như sao trên trời (ám chỉ những người nổi tiếng, xuất chúng) 그 시대에는 김정희를 비롯하여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많았다. (Vào thời đại đó, có rất nhiều nghệ sĩ xuất chúng, bao gồm cả Kim Jeong-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