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민 디웨일 HR컨설턴트 인터뷰
심수민 디웨일 HR컨설턴트. 유진아 기자“회사 밖이 아니라 사람 안을 들여다보는 게 인사관리(HR) 직무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일이죠.”
서울 역삼동 디웨일 본사에서 만난 심수민 HR컨설턴트는 “성과와 제도를 다루는 일이지만 결국 사람을 위한 설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심 컨설턴트는 대학 시절부터 조직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 안 소모임, 동아리, 대외 활동에서 구성원 간 협업이 잘 풀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관찰하면서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잘 짜인 팀은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결국 HR 업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인사 직무를 담당하면서 대규모 인력을 다루는 조직의 전통적인 인사 시스템과 정책 설계 과정을 경험했다. 숫자를 다루는 일처럼 보였던 인사 직무가 사람과 조직의 의미를 설계하는 일이란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성과 조직의 속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심 컨설턴트는 “더 작고 빠른 조직에서 직접 부딪히고 결정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며 “한 사람의 변화가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스타트업이란 사실을 깨닫고 이직을 준비했다”고 소회했다.
현재 심 컨설턴트는 성과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디웨일에서 전략기획, 마케팅, B2B 프로젝트 기획·실행까지 HR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사의 인사 문제를 진단하고 적합한 제도를 설계하거나 조직문화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회사를 위해 사람을 설계하는’ 방식보다 ‘사람의 목소리로 회사를 설계하는’ 관점을 중시한다. 그는 “예전엔 직원 인터뷰를 해도 그냥 듣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직원경험을 중심에 둔 조직은 구성원 목소리를 통해 정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젠 HR의 경계를 확장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인사제도 설계에 그치지 않고 고객사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콘텐츠 기획, 교육 설계, 브랜딩 전략까지 아우른다. 업무범위가 넓어질수록 정답을 찾기보다 맥락을 읽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고객마다 조직 성숙도도 다르고 구성원이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 컨설턴트는 “HR 컨설턴트는 다양한 관점으로 조직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한 직무다. 같은 제도도 어떤 곳에선 잘 작동하는데 다른 곳에선 오히려 반발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더 많이 듣고 오래 질문하는 게 HR의 본질”이라 짚었다.
최근에는 고객사 성과관리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워크숍부터 인터뷰, 리포트 설계까지 직접 발로 뛰었다. 단순한 목표 설정이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의 의미를 찾고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HR도 결국 사용자경험(UX)을 설계하는 일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요즘 HR은 그냥 인사제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내부 고객의 여정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 같다”며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제안하며 구성원과 실험하면서 개선해가는 과정이 중요해졌다”고 부연했다.
심 컨설턴트는 HR 커리어를 이어오며 ‘무엇을 해냈느냐’보다 ‘어떤 고민을 이어왔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프로젝트 하나를 끝냈다고 해서 완전히 답이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해진 공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마다 다른 맥락을 읽고 해석하는 감각이 HR을 깊이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심 컨설턴트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조직문화가 있고 회사마다 똑같은 제도도 다르게 작동한다”며 “그래서 늘 질문이 필요하다. ‘이게 지금도 맞는 방법일까?’라고 매번 스스로에게 질문한다”고 말했다.
HR은 멀리 있는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직문화와 직원경험의 연결고리를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을 만나며 컨설팅 활동의 폭도 넓혔다. 심 컨설턴트는 “HR은 일의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제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제도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R을 단순한 지원 조직이 아닌 ‘사람의 경험을 전략으로 연결하는 일’로 정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가 ‘좋은 곳’이 되려면 제도보다 그 안의 구성원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 컨설턴트는 “조직이 성장하는 데 사람의 감정은 무시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HR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경험을 바꾸다 보면 결국 회사도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